경청 - 전병래 (페이스북에서 인용)

at 2022-05-28 08:10:31.0 / 652 조회수

이런 예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신문을 보던 남편이 아내를 불렀습니다. “여보, 이것 좀 봐. 여자들이 남자보다 2배나 말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실렸네! 남자는 하루 평균 1만5천 단어를 말하는데, 여자들은 3만 단어를 말한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아내가 말했습니다. “남자들이 워낙 안 들으니까, 여자들은 늘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두 배지!” 3초 후에 남편이 아내를 향해 물었습니다.
“뭐라고?” 저도 아내에게 종종 “당신은 내 말을 잘 흘려들어요.”하는 핀잔을 듣습니다.

훌륭한 상담자는 어떻게 해보라고 말하기 보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어줍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한스 스트럽(Hans Herrman Strupp, 1921-2006)은 “내가 보기에 간단하면서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진실 한 가지는 문제가 신경성, 우울증이든  아니면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든 그 문제를 누군가 신뢰하는 사람한테 털어놓으면 기운이 나아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만이나 갈등이 있을 때, 그 내용을 표출하기만 하면 불만의 원인 자체는 해결되지 않아도 불만의 90%가 해소된다는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는 경청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저는 실제로 여러 어르신들을 상담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1시간 반 내지 두 시간 동안 어르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중에 “오늘 상담 어떠셨어요?”하고 여쭈면 “속이 다 후련하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고마워요.”하고 대답하십니다. 제가 한 말은 오직 어르신 이야기 하시는 것을 들으며 ‘그러셨군요’, ‘그래서요?’ ‘저런!’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마음 아프셨겠어요.’라고 한 것 밖에는 없습니다.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경청'은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들으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때론 미소가 때론 눈물이 고입니다. 말 한 마디, 손짓 하나하나에도 진심이 통합니다. 건성으로 듣지 않고, 진심으로 잘 듣는 것이 사람을 얻는 길인데, 그걸 놓치고 사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제논은 “귀나 눈은 두 개인데 입은 하나인 이유는 많이 듣고 보는 대신 말은 적게 하라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고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이 있습니다. “입으로는 친구를 잃고 귀로 친구를 얻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만 강조하고 부각시키려는 데서 생겨납니다. 경청은 “당신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믿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라는 것을 말없이 말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 금요일에는 철야 기도회로 모였습니다. 공동 기도제목을 놓고 통성으로 기도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기도 제목을 놓고 통성으로 기도했습니다. 기도원에 가면 더했습니다. 주님께서 말하실 틈을 주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기도는 쉬지 않고 말하는 것보다 이미 우리의 마음과 필요를 아시는 세밀한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요. 사랑의 첫 번째 요건은 경청입니다. 믿음의 첫 바탕 역시 경청입니다. 쉐마! 코람 데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라(야고보서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