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후, 성적표 - 고창범 목사

at 2023-05-09 11:24:57.0 / 284 조회수

재난 후, 성적표 고창범 목사

지난 주(NZ: 1월 27일)는 오클랜드가 100년 만에 겪는 홍수 피해를 입었다. 당일 시드니에서 오클랜드로 돌아오던 필자는 공항이 폐쇄되는 관계로 현장에 있지는 못했지만 타 도시에 비상착륙하고 3일간 불편하게 지내다가 주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타 지역인 치치(ChristChurch)에 밤 늦게 도착하고 숙소를 직접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상사태라 항공사도 수백명을 대처함에 있어 공황상태에 가깝다. 4시간을 서서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확보하고 그 밤에 연락을 했다. 2명의 동료 목사께서 연락을 주었고, 그 중에 한 분의 집에 새벽 1시가 넘어서 들어가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8시 넘어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너스로 여러 사람을 만나 위로를 받으며 감사의 시간을 가졌었다.

타 지역에 있으며 들었던 안타까운 소식 하나는 동료 목사 집이 침수로 절망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Content 보험도 없다. 국가에서 보상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오클랜드로 복귀한 후, 다음 날 처음 달려갔다.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도왔다. 비는 여전히 간간이 내린다.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도로 밖으로 옮겨야 한다.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하지만 돕는 손길들이 점점 몰려들면서 10명 넘는 사람들이 돕는다. 시간과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보며 힘이 더해졌다. 피해를 당한 동료 목사에게 특별한 위로가 없던 차에 주님께서 생각나게 하신 말은 “목사님, 사람이 위기에 처할 때, 그 사람의 성적표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돕는 손길들을 보니, 살아온 인생의 성적표가 좋습니다. 이것으로 위로 받으세요” 주어진 생각으로 말한 것인데... 뒤돌아 생각하니, 주님께서 주신 지혜의 말인 것 같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결과는 시험을 통한 성적표에 드러나듯이, 우리 인생의 성적표 또한 시험이나 환란을 당할 때 그 성적표가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목회적 관점에서 보면, 성도의 신앙은 시험을 당할 때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우수(B/A)하던가~ 양가(D/E)집을 오가며 방황하던가~ 신앙의 성적표인 셈이다.

성적표가 좋으려면, 주어진 시험을 잘 감당해야 하는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싫다고 도망가고 무섭다고 뒤로 물러서면, 성적표가 좋을 수가 없다. 인생도 신앙도 삶의 원리는 결코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위기나 어려움이 가까이 있을 때, 자신의 지난 성적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성적표를 직시하면, 고난 중에도 유익함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시119:71) 

곤란한 일이 있을 때, 타지역에서 괜찮은 성적표를 보고 위로받은 것을 감사로 간증하고 싶다. 우리 각자의 성적표는 여러 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결혼식장에선 하객일 것이고, 장례식장에선 조문객이 아닐까 싶다. 바라기는 우리들이 떠난 장례식장에서 본인이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 성적표가 여실히 드러나고 저 천국에서도 주님께 칭찬받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