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델스 비치 저녁 노을 - 고창범목사

at 2024-01-20 11:34:47.0 / 774 조회수

뉴질랜드 한 여름에는 자랑하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자연이 주는 힐링은 환상적이다. 필자가 사는 오클랜드는 NZ 전체 500만 인구 중에 25%가 사는 대도시이다. 나라 자체가 섬이고, 살고 있는 도시에서 동쪽이든 서쪽이든 조금만 움직이면 바다가 나온다. 무더운 여름이어도 그 물에 들어가면 너무도 추워서 45세 이후엔 무릎 이상은 들어가지 않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중순 현재, 날씨는 천당 아래 분당 그리고 이곳이 아닐까 싶다. 글쎄 말로만 듣던 푸켓, 몰디브, 하와이 혹은 남태평양 섬나라 등등이 필요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지난 몇 일은 주위 유명한 장소를 시간을 들여서 찾아갔고 그 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누려 보았다. 타카푸나와 리틀쇼올베이 그리고 베델스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묵상을 가져 보았다.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오클랜드 서해안에 위치한 베델스(Bethels) 비치였다. 유명 관광지이자 서퍼들(surfers)이 즐겨 찾는 곳이다. 다른 비치와 다른 것은 흑색 모래라는 것이다. 아주 오랜 만에 그 흑색 비치에서 저물어가는 석양이 보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가자고 하니, 단번에 싫다고 한다. 이성이 발달된 아내를 감성이 발달된 남편이 이길 방법이 없다. 고심 끝에 동행자를 찾았다. 일거양득의 기회도 찾았다. 잠시 방문 중인 지인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섬길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필자의 감성이 채워질 기회이기도 했다.

저녁의 노을이 시작되기 전에 도착하였고, 맨발로 흑색 모래를 힘차게 밟으며 해변가에 다달았다. 드넓은 해변에 많은 사람이 있지는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그리고 동그란 태양이 서쪽 수평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려 앉는다. 마치 하루 동안 세상을 밝히는 사명을 다하고 이젠 좀 쉼이 필요한 듯 수평선을 향한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태양은 그런 중에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높고 넓은 하늘 위에 그림을 남긴다. 노을빛이다. 빛을 비춰주던 태양이 여전히 빛이 필요한 우리에게 환상적인 빨~간 노을을 선물해 준다. 그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했던 일행과 담화를 나누었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에도 저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노을빛이 있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바닷가에서 석양을 보고 있는 일행을 뒤에서 보았다. 생각보다 큰 그림자가 있었다. 하지만 황홀할 듯한 노을을 바라보는 동안 그들의 뒤에 가깝게 붙어있던 그림자들은 사라졌다. 필자의 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소망 중에 주님을 바라본 믿음의 사람들의 뒷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 곳에는 근심과 걱정과 염려가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복되고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사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