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Anything) - 고창범 목사
at 2024-04-20 05:53:33.0 / 635 조회수15년 목회를 뒤돌아보는 안식월을 가지고 돌아왔다. 뉴질랜드의 하늘과 공기가 좋은지 이민 24년 만에 처음으로 느꼈다. 일단 이렇게 오랫동안 뉴질랜드를 떠나 본 적이 없었고, 뉴질랜드 일상에서 안정적인 마음이 부족해서 하늘과 공기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쉼과 안식의 시간 동안 대략 40-50명의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그런 중에도 한가한 시간에는 선교관 옆에 있는 교회 도서관을 찾아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 특별히 눈에 들어온 제목이 있다. “Anything”이란 표지 제목에 “온전한 포기”라는 문구이다. 무엇인가 마음이나 생각이 복잡한 이면에는 선택의 기로가 있기 마련이다. 그 선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결국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을 직면하기 마련이다.
책의 저자 재니 앨런은 말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축복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질과 돈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하나님의 선물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한다.”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한 것이 결국엔 우상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하나님의 선물이 어느 덧 당연시 되면서 권리로 자리 매김하는 일종의 위기감을 감지한다. 찬양처럼,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인 것인데 말이다.
우리 각자가 주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고 말할 때가 있다. 글쎄 그 모든 것(anything)이 진짜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저자는 정곡을 찌르는 것만 같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했다.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의 최소한 조건 혹은 마지막 남은 나의 자존심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언급할 수 없지만,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다.
안식월을 떠나기 전에 성도들과 나누었던 말씀이 있다. 제자 베드로가 사도 베드로로서 두 번째 보내심을 받을 예언의 말씀이다. 베드로가 예전에는 자기 혼자 힘으로 옷도 입고 원하는 곳도 갔지만, 나이가 들게 되면 팔을 벌리겠고 다른 사람이 옷을 입히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21:15) 재니 여사가 말하고 싶은 것과 연결 지어진 메시지로 뇌리에 남는 듯하다.
감옥에서 빌립보 교회에게 편지할 때, 바울이 남긴 말씀이 다시 마음 깊은 곳을 후비듯 스며든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나는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쓰레기처럼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이제 압니다.”(빌3:8) 하지만 내 속사람은 아직 온전한 포기를 못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anything이 깊이 묵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