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과 손바닥   - 고창범목사

at 2024-08-30 06:39:47.0 / 369 조회수

  어느 날, 한 남자가 의사에게 갔습니다. 남자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죠.  
"의사 선생님, 제가 어디를 눌러도 아파요! 머리를 누르면 아프고, 배를 누르면 아프고, 다리를 눌러도 아파요!"  의사가 남자를 한참 동안 진찰하더니 말했습니다.  

  "손가락이 부러졌네요."  

  아주 짧은 유머이다. 부러진 손가락으로 무엇을 만지던지 아플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것을 소유했더라도 아픈 손가락으로 만지면, 역시 아플 것이다. 그러니 기쁨도, 행복감도 거리가 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마치 비뚤어지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마음과 관점에서는 왜곡되어 보이고, 아니꼽게 들리며, 무작정 아프고 괴로롭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누군가가 손가락질을 할 때, 1개 손가락을 뺀 3개는 자신을 가리킨다. 그나마 중간 입장일 것 같은 엄지손가락은 3개 손가락을 든든히 지지하는 것만 같다. 누군가를 향한 손가락질에서는 어떠한 위로나 치유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이 보지도 못하는 방향에서 그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다른 사람을 가리킬 때, 멋진 자세를 어떤 소통 관련 강의자에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지적하지 말라고 한 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고 다섯 손가락 모두가 상대편을 향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 손바닥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라고 부언한다. 그 존중 속에 소통이 있을 것이고 서로 간에 신뢰가 형성되어질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시키고 위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하고 묵상을 거듭하며 두 눈을 감으니, 한 가지 이미지가 떠 오른다. 하늘을 향했던 손바닥으로 나의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다독여 주는 모습이 말이다. 그러면서 마음의 깊숙한 곳에서 샘물처럼 쏟아 오르듯 생각나고 들려지는 말씀과 찬양이 있다. 시편 8편이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손가락으로 지으신 주의 하늘과 주가 베풀어두신 달과 별 내가 보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