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를 넘게한 기도

at 2024-12-06 16:45:04.0 / 200 조회수

지난 9월 초에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하여 지난 몇 년 동안 괜찮은가 싶었던 공황장애가 고개를 들었다.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퇴원을 했었다. 그런 후에 후폭풍으로 심적인 위축이 뒤따랐고, 영혼육이 사면초가에 빠지는 것만 같은 경험을 가졌다. 되돌아 생각하니, 전문용어로 영적 침체에 빠졌던 것이 아닌가 자가진단을 해 본다. 의욕과 자존감이 낙하하며 바닥을 쳤고 열심과 열정이 동력을 얻지 못했었다.

예전에 영적 균형을 위한 세 명의 형들을 언급했었다. 고요한 – 고문관 – 고독감이 그 형들이다. 본인과 가장 친한 형은 고독감이다. 독감처럼 찾아오기에 가능한 피하고 싶지만, 친한 존재니 어쩔 수 없다. 이 고독감이 영적 침체를 찾아와 만나고 나면, 심각한 현장이 생기는 것을 이번에 경험하였다.

무엇인 줄 아는가? 둘이 만나니 주어진 사역과 사명이 공격을 받는다. 급기야 필자의존재 이유까지 침투해 짓밟는다. 그리고 은혜 아래 있던 자존감이 흙탕물로 인하여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느꼈다. 돌아보니, 이렇게 알아채는 감각은 그 동안 주님 앞에 기도하며 영적인 거울을 보았던 시간 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과감한 영적 결단을 하기로 했다. 아니 필자가 살기 위한 사측생의 결정이었다.

어려운 경제적 정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억지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도망치듯이 한국에 들어갔다. 밤늦게 도착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 선교 센터 주위에 있는 석촌호수(잠실)를 한 바퀴 돌고 무작정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 다음 날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며 종일 걸었고 셋째 날까지 줄곧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3일을 걸으니, 뭐랄까~ 알 수 없는 숨이 쉬어졌다. 글로 표현을 한다면, 1km 걸을 때마다 한 글자 혹은 한 단어씩 혼란한 생각과 복잡한 마음 그리고 침체된 영성이 정리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두 번째 주에는 2박3일 동안 27년만에 기도원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부르짖어 기도했다. 그리고 잠잠히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작은 새의 노래, 닭의 외침, 산속에서 들리는 부르짖는 기도들, 심지어 117년 만에 쏟아지는 눈소리와 그 눈을 밟는 소리, 산을 내려와서 지나는 사람들의 소리들 etc. 그렇게 3일 동안 들었던 소리를 돌아보니, 하나님의 음성이 있었음을 느껴졌다. 어떻게 알까? 일주일 전에 정리된 것들 넘어서 새롭게 영혼육의 정돈을 주셨기 때문이다.

14일의 여정에서 늦가을과 폭설의 겨울을 보았다. 출발할 때 NZ는 늦은 봄이었다. 돌아와 보니, 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대략 16일 동안 사계절을 본 것이다. 16일 안에서 사면초가를 넘어서 사철희망을 본 여정이었다. 기도를 통한 정리정돈이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