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앞두고 - 고창범 목사
at 2025-07-18 14:38:59.0 / 125 조회수뉴질랜드의 북섬 위쪽에 있는 오클랜드의 7월은 우기철로 수시로 비가 온다. 영상의 날씨임에도 몹시 추운 겨울이다. 다행히 작년 12월에 현재 집으로 이사했기에 뼈를 때리는 듯한 추위는 없어서 감사하다. 여호와 이레의 도우시는 주님의 손길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금번 우리 부부에게 닥친 고난의 완충장치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의 심기와 영적 상태는 좋지 못하다. 지난 5월 8일 시술한 ICD 장치는 자리를 잡은 듯하고, 아내는 6월 3일 대수술 후 40일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7월 23일부터 아내의 항암치료가 시작된다. 유방암과 1차 난소암 당시 항암치료 과정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몹시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서 실제보다 2~3배로 크게 항암치료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아주 오래 전 모세가 40년간 숨어 살다가 바로 왕 앞에 서야 하는 분위기로 연상해 본다. 하나님의 때를 따라 명령하신 것이지만, 모세 입장에선 생각도, 준비도 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40년간 평범한 가장으로 목축업을 하던 모세에게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바로 왕에게 가라고 하시니, 두려운 것이다. 그 두려움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피하려고 힘쓴다. 핑계의 기술을 보면, 모세는 결코 말을 못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하나님의 적극적인 설득(명령)은 하나님 자신이 보낸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보내셨다는 증거는 어떻게 알게 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40년간 말은 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생각으론 도사급의 모세를 보는 듯하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자신이 의지하는 지팡이라고 대답한 모세에게 하나님은 그 지팡이를 땅에 내려놓으라고 하신다.
내려놓으니 뱀이 되었다. 그 뱀 또한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뒷걸음질 쳤을 모세가 눈에 보인다. 마치 내가 의지했던 것을 내려놓을 때, 주어지는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이러한 묵상 속에서, 오늘 나 자신이 바로 왕 앞에 서야 하는 두려움과 같은 아내의 항암치료 혹은 나 자신의 영적 침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적용해 본다.
하나님께서는 그 두려움의 존재인 뱀의 꼬리를 잡으라고 하셨다. 마치 두려움의 끝인 꼬리를 잡으라고 하시는 듯 들려진다. 두려움은 허상인 것이 분명하다. 순종해서 꼬리를 잡으니 다시 지팡이가 된다. 하지만 그 지팡이는 과거 모세가 의지했던 것과는 다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증거의 지팡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두려움을 직면하면서, 아직도 손에 쥐고 의지하고 있는 지팡이들을 찾고 그것들을 내려놓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