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목회 & 그 향기 - 고창범 목사
at 2026-05-13 07:55:53.0 / 10 조회수가을의 향기가 깊이 물든 시즌을 지나고 있다. 어느 덧 60세를 바라보는 중년의 꽃향기는 “나뭇잎 사이로” 노래를 머금고 있다. 지난 삶의 여정을 돌아보니, 10대, 20대, 30, 40 & 50대 인생의 향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다. 삶에서 얻은 인생의 깊이만큼이나 해가 갈수록 짖은 향기가 난다고 표현하고 싶다.
필자의 자그마한 2층 사무실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듯한 두 개의 화분이 있다. 어쩌다 보니, 동일한 꽃이다. 2-3번 꽃 이름을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저장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존경하는 대선배이자 멘토인 목사님이 선물해 준 것인데, 3년 전부터 왜 주셨는지 그 뜻을 알 것만 같다. 사람도 식물도 사랑과 정성 & 관심 속에서 성장과 성숙을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사무실의 화분에서 매년 꽃이 핀다. 아내가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 만큼이나 참으로 예쁘다. 그런데 1년에 딱 한 번 피는 꽃이 대략 2~3주가 지나면, 떨어진다. 그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 시 한 편을 쓰고 싶을 정도이다. 그 꽃을 살펴보면, 진하지는 않지만, 꽃향기가 난다. 오래된 카펫의 퀴퀴한 냄새를 압도하는 향기가 나온다. 신기한 현상은 그 시즌이 되면, 2층 그 사무실에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맞았다. 식물의 절정은 꽃으로 피어난다. 그 꽃은 향기를 내서 벌이나 나비를 부른다고 한다. 그 매개체들은 수분도 날라다 주고 꽃의 수정도 도와준다고 한다. 그러니 아름다운 꽃에 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바라기는 우리 선한 이웃 지체들도 아름다운 꽃이 되어 벌들에게 꿀은 마음 껏 주고, 활기 발랄한 벌이 되어 선한 일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더 꽃에 대해서 말할 것은 꽃은 향기뿐만 아니라 색깔에도 창조주의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벌이나 나비를 불러서 꽃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짧고 화려한 자신을 이어갈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을 위해서 그는 다양한 향기를 내고 밤이든 낮이든 노력을 한다. 그리고는 주어진 일이 끝나면, 서슴지 않고 꽃잎들은 떨어져 나간다. 새 생명의 씨앗이 양분을 잘 머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즘은 그 떨어진 꽃잎들을 주워서 다시 화분에 올려주고 있다. 십자가에서 흘린 예수님의 피를 연상시키는 분홍빛이 썩어서 다시 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사무실 안에 작은 화분 하나 가운데 일어난 새 생명의 순기능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종말의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 믿는다. 이런 깨달음 속에 필자의 영혼에 남겨진 향기가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이 새 생명의 근원이 되었으니,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의 향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향기는 바람을 따라 흘러간다. 성령의 바람을 따라 그리스도의 향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향기에 흠뻑 취해서 내년의 꽃을 피우기 위해 또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