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전쟁 - 고창범 목사

at 2026-07-24 08:17:18.0 / 159 조회수

계시록의 마지막 때를 알리는 듯한 전쟁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다. 22년 시작된 러∙우전쟁, 한창 뜨거운 중동전쟁, 수단∙미얀마 내전, 혹은 중국∙대만의 긴장들. 전쟁의 불안으로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리적인 위축이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전쟁으로 피폐한 나라들을 보면 이편저편을 떠나 긍휼한 마음이 든다. 속히 전쟁 없는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새벽기도에서 필자 또한 큰 전쟁 하나를 치러야 했다. 최근에 있는 한 모임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이성적인 접근이라고 한사코 피력하는 사람 때문이었다. 어려운 심적 고민 끝에 결정을 하고 다수결로 끝난 사항을 불복하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다. 목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도 힘든 시기인데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래서 이성적인 주장에 맞서 그대로 이성적인 논쟁을 펼치려고 작심했다. 중심 골자도 필기로 모두 마쳤다.

필자는 옳다고 생각한 이슈를 가지고 말싸움에서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적어도 확신한 일에 대해서는 확고하다. 논쟁하다가 내가 몰랐거나 잘못된 지식이나 논리를 알면, 빠르게 인정하고 입을 닫는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장기나 바둑판처럼 치열하게 끝까지 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주 주보에 올리는 칼럼을 대신에 논쟁의 글을 쓰려고 하였다.

그런 상태에서 하루 2시간 기도의 자리에서 40분 정도 이 논쟁을 위한 묵상을 하고 말았다. 논쟁에서 중요 포인트는 정확한 논리로 반박 불가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상대편을 압도할 결정타를 날릴 만한 최신형 현무 5가 필요했다. 40여분 동안 하나님과 대화는 없었던 셈이다. 마음과 생각이 그 논쟁을 위해 전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아챈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님과 대화하는 기도에는 마음과 생각의 평안으로 몸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이란 명분 아래 가동되는 머리에서 펼쳐진 전쟁 이후, 몸이 경직되고 목덜미가 뻣뻣했다. 바로 그때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생각이 난 문구가 있다. “내 안에 불을 끄고 나니, 밖이 환하게 보였어요” 그리고 마틴 루터는 기도를 논할 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란 표현을 썼다. 기도하는 필자를 바꾸고 싶은 주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논쟁을 위한 글 대신에 본 칼럼을 쓴다.

내 안에 있는 이 전쟁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누군가와 아무리 탁월한 이성적인 논리를 가지고 말한다고 해도, 결국 더 갈등은 깊어질 것이란 깨달음이다. 다스려지지 않은 말과 정제되지 못한 글은 화평을 깬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수많은 전쟁보다 더 무섭고 중요한 전쟁은 자신 안에서 일어난다. 정의라는 옷을 입고 일어난 분노가 그 말 혹은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 안에 불이 성령님으로 다스려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잠16:32)

* 추신: 위의 글을 읽고 나의 셋째 누나가 중보하며 보내 준 지혜자의 성구다.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으로 받고 순종하련다. 내 의지를 말씀 앞에 굴복함으로...
(전도서 5장 2절 새번역) 하나님 앞에서 말을 꺼낼 때에, 함부로 입을 열지 말아라. 마음을 조급하게 가져서도 안 된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 위에 있으니, 말을 많이 하지 않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