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결, 하나의 그린(녹색) - 고창범목사

at 2026-09-25 06:24:34.0 / 156 조회수

겨울을 지나 봄이 왔다. 겨울을 지나야 피어나는 루핀(lupin)꽃이 활짝 웃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환절기에는 이상하리만치 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필자도 오랜만에 감기와 깊은 조우를 가졌다. 이런 시간 속에서 생각이 감기 온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한다.

겨울을 지날 때마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여름을 동경한다. 바닷가에 들어가 시원하게 수영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다. 하지만 막상 너무 더운 여름이 되면, 반대로 시원한 바람을 고대하며 겨울왕국을 동경한다. 생각건대, 19도의 같은 온도라도 겨울에서 봄을 향하는 것과 여름에서 가을을 향한 것은 다른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에서 기대하든지, 그 기다림과 바람은 같을 것만 같다.

매주 화요일은 기도하면서, 주일에 전할 설교 본문을 정하고 있다. 정하고 나면, 말씀을 묵상하며 동네 근처를 거닐며 산책한다. 이번에는 교회까지 걸어서 왕복했다. 대략 80분 정도 소요된다. 산책 중에 고등학교 운동장을 지나면서 큰 차량이 잔디를 깎고 있었다. 그런데 이쪽으로 온 길과 반대편으로 간 길의 잔디 색깔이 달랐다. 왜일까? 궁금해서 반대편에서 보았다. 정확하게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맞았다. 색깔이 다른 이유는 잔디를 깎고 지나간 결의 차이점 때문이었다. 뉴질랜드는 잔디가 어디를 가든 사방에 깔려 있다. 같은 그린색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렇게 다른 양상 속에 결이 보인다. 마치 우리 세상살이를 보듯이 말이다. 세계의 정치를 보아도 같은 민족이고 나라임에도 다른 생각의 결로 인해 피 터지게 싸우고 난리다. 내가 속한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갈수록 극단에 치우치는 나라를 걱정해서 빨강과 파랑의 중간인 보랏빛을 언급하니, 회색분자라고 뭐라고 한다. 한쪽에 치우치면, 좌파니 우파니 매도하고 질책한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뉴질랜드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국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느껴진다. 한국처럼 냉철하고 적극적으로 싸우지만, 상대편을 죽일 듯이 비난하거나 모욕하지는 않는다. 다른 결을 존중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위에서 보고 멀리서 보면, 같은 그린으로 보이고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우리네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운 쪽은 시원함을, 차가운 쪽은 따스함을 품어 보는 19도의 온도를 줬으면 좋겠다.

이 말씀이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롬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