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3화 강을 건너다
at 2026-08-18 14:05:32.0 / 50 조회수하지만 나머지 2명은 자랑하듯 계속 나아갔다. 3명은 경쟁하듯 수영을 했다. 글쎄 10미터가 조금 넘는 폭에 중간을 넘어섰다. 앞서가던 친구은 이미 건너가서 바라보고 있다. 친구의 얼굴엔 승리로 자축하는 웃음이 보였다. 웃음과 함께 뒤따르던 친구들을 보았다.
곧 이어서 또 한 친구도 건넜다. 친구는 건너편에 서서 씩 웃었다. 먼저 건넌 친구를 한번 쳐다보고,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다시 힘껏 팔을 저었다. 팀의 드러머로 장래가 총망되는 친구였다. 외모나 힘으로 손색이 없는 친구였다. 나름 시골에서 수영을 한다고 했던 터라 아쉬웠던 것 같다. 아쉬운 마음도 뒤에 남은 친구로 인해 안도하는 듯 했다.
비극은 친구들의 웃음과 안도 뒤에 찾아왔다. 마지막 남은 친구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수영 중이던 친구가 자신이 꼴찌인 것을 확인한 이후 갑자기 이상해졌다. 지금도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막연한 상상으로 집히는 것이 있다. 친구가 갑자기 두려움을 느낀 것 같다. 생존 수영인 개헤엄을 멈추었다.
그런 후, 물 속으로 사라졌다. 순간 우리는 차가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잠시 후, 다시 얼굴이 올라왔다. 잠깐 안도 속에 숨을 내뱉었다. 수영을 배우는 마지막 단계라고 확신했던 친구는 소리친다. “숨을 참고 헤엄을 쳐” 그 소리와 함께 물을 먹으면서 다시 헤엄을 치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또다시 친구가 물 안으로 사라졌다. 등골이 오싹하면서 뭔가 이상했다. 아까 보다는 좀 더 긴 시간이었다. 잠시 후, 수면 위로 올라와서 친구가 도움을 요청했다. 워낙 경황이 없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구나 40년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뇌리 깊은 곳에서 기억하는 단어는 “살려줘”이다. 그 말이 외쳐진 후, 세상의 모든 위기와 긴장감이 우리에게 몰려들었다. 웃음과 성취의 안도감은 물안개처럼 일찍 사라졌다.
곧장 수영을 잘하는 친구가 뛰어들었다. 물 깊은 곳으로 잠수를 했다. 깊이 들어가서 아래에서 친구를 밀어 올려 주었다. 친구가 숨을 쉬도록 도와 준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잠시 안도가 주어졌다.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친구에게 등을 내어 주며 말한다.
“영석아, 내 뒤를 잡아”
“괜찮을 거야” 안심을 시켜 주기도 하였다.
위기의 순간, 살기 위해 친구의 뒤를 잡았다. 분명히 잡는 모습을 보았다. 물 밖에 있던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물을 건넌 친구 한 명과 건너지 못한 우리 두 명은 힘을 모아 응원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간절함으로 빨리 나오기를 바랬다. 그렇게 친구가 건너편으로 도착하는 시간은 긴박했다. 거의 도착할 즈음에 우리는 뭔가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
잡고서 잘 따라 나오던 친구의 손이 안 보였다. 힘에 겨워서 바지를 잡고 있는가 싶었다. 그런데 연이어 손도, 친구의 모습도 안 보였다. 우리 4명은 모두 크게 잘못된 것을 직감했다. 곧장 우리의 정신은 혼란 상태로 전환되었다. 한 친구가 소리친다. 물속에 있는 것 같아~ 이 말이 울리자, 수영하는 친구는 지친 몸을 무릎 쓰고 물속으로 다시 뛰어든다.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의 용기는 기억되고 감사하다.
깊은 호흡을 가지고 잠수를 시도했다. 물속에서 무의식이지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의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몇 번을 시도하는 친구를 보기만 해야 했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던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능한 나 자신이 증오스러웠고, 너무 초라해 보였다. 해는 최고 높은 중천에 있었지만, 어둡고 캄캄한 암흑과도 같은 정적은 우리 모두를 압도했다. 그 시간은 제법 길고 길었다.
신고를 받고 인근 파출소에서 경찰이 출동하고, 전문 잠수부들이 속속들이 몰려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시간이 천천히 흐른 시간이었다. 물속에 빠진 친구의 시신은 오후 4시를 넘어서야 찾았다. 물 밖으로 나온 친구의 입술은 완전히 푸른 빛을 내었다. 물속이 너무나 춥고 무서웠던 모양이다. 문득 아침에 늦잠을 자고 있던 친구 모습이 겹치었다. 그 얼굴처럼 다소 평범한 모습이었다. CPR 아니 뺨을 치면서 일어나라고 하면, 금방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병원의 구급차가 도착하고 친구를 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 동네에 난리가 난 상황이다.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의사로 생각되는 남자가 최종적인 사망 판정을 내렸다. 친구의 시신은 구급차를 타고 떠나갔다. 우리 4명의 시간과 공간은 그곳에 멈춰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