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5화 아버지가 막은 길

at 2026-08-25 11:41:29.0 / 109 조회수

그때는 장벽, 지금은 은혜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나의 사업자금을 위해서 약속한 날짜에 집에 들어갔다. 외모에서 크게 빠지는 것이 없는 상이라 멋진 모습으로 집에 들어갔다. 준비된 것을 받으려고 들어간 집에는 부모님이 함께 있었다. 어머니가 말한다. 돈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신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막아서 그런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벌어서 저축한 것인데 왜 안 되느냐고 따졌다. 아버지는 강경하게 안 된다고 하셨다. 한참을 실랑이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아버지의 고집은 우리 성이 고씨 아니랄까 봐 완강하였다. 이 비즈니스가 이 사업자금이 들어가야 시작되는 것인데, 큰 장벽에 부딪혔다. 이 방법 저 방법 접근했지만, 황소 같은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내 통장을 개설해서 거기에 저축해 두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인데...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통장과 도장이 두 분의 손에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해 주고 싶어도 아버지가 쥐고 있는 도장이 없으면 소용없다.

그때 나는 아버지가 내 인생의 길을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에 돌아보니, 그날 아버지가 막은 것은 내가 들어가서는 안 될 길이었다. 그래서 결국 다단계 비즈니스에 참여하지 못했다.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못하는 신세에 화가 났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작 내 말을 듣고 일본에서 날아온 친구는 이미 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시에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했던지, 나 자신에게 주어진 정신적인 충격은 자존감과 자존심이 무너지는 역경의 시간이었다. 그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좌절감이 생겼다. 오히려 일본에서 돌아온 친구는 이미 그곳에 들어갔다. 내가 확신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자리에 들어갈 돈이 없었다. 내가 친구를 그곳으로 불러 놓고, 정작 나는 문 앞에도 서지 못했다. 그날 처음으로 인생의 초라함 속에서 절벽 같은 상실감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