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잃어본 정신

at 2026-10-24 13:24:59.0 / 11 조회수

쓰나미 같은 역경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역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난항 속에서 극적인 하나님의 개입으로 영주권을 취득했다. 본격적인 뉴질랜드 이민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정착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영어공부를 마쳤다. 후에 2년간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영어를 익히고, 오클랜드의 Carey 침례신학에서 공부했다. 3년 과정이었지만 2년 만에 졸업했다. 거의 모든 시간을 학업에 전념하며 쏟아부었다. 영어로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내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영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의 싸움이 컸다. 도서관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는 학생이 되었고, 잠에서도 에세이를 쓰는 꿈을 꿀 정도였다. 결국 몸은 먼저 한계를 선언했다. 그 정도가 심화 되자, 뇌에서 과부하 신호가 오는 것 같았다. 건강한 뇌 회전을 위한 숙면이 급격히 부족했다. 그런데도 마지막 졸업 논문을 우선 마쳤다.

마지막 조직신학 한 과목 에세이를 쓰면 된다.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예민한 두뇌를 가지고 잠을 잤다. 그런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얀색 천장이 보였다. 병원 응급실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하늘인 셈이다. 놀란 모습의 얼굴로 아내가 묻는다. "괜찮아?" 크게 놀라고 무서웠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잠을 자다가 갑자기 놀라서 깬 후, 경련과 함께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상태를 체크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이른 아침에 퇴원했다. 인생에서 나의 정신을 잃어본 첫 경험인지라 많이 놀랐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몸이 약해졌다. 더 이상 에세이를 완성할 수 없었다. 다행히 교수에게 논문에 대한 연구제안서가 제출된 상태였다. 학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교수는 한 가지 결정을 했다. 지난 3학기 동안의 학점 평균과 진행 중이던 에세이로 학점을 주기로 하였다. 학점은 B로 하고 졸업하는 길을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