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라는 감옥
at 2026-10-24 13:19:01.0 / 8 조회수첫 번째 쓰러진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저 큰 감기 걸렸다가 나은 것 같이 지나갔었다. 하지만 두 번째 경련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병원이 직접 심전도를 비롯한 MRI 촬영을 일사불란하게 하였다. 나타나는 증상이 뇌전증 질환으로 보인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간질이 나에게 발생한 것이다. 믿어지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것도 목회자가 신학 공부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심경 속에서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길고 끔찍한 하루를 지냈다. 누가 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두려움으로 한 가지 질문이 뇌리에 새겨졌다.
"다시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이 지배는 참으로 무섭게 나를 파괴했다. 밤이 되면 잠이 두려웠다. 눈을 감고 수면에 들어가면 쓰러질 것 같았다. 잠드는 순간이 두려움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잠을 이루지 못하면, 나의 몸은 어떻게 안식할 수 있는가?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염려가 목덜미를 잡았다. 두려움이 쇠사슬처럼 엮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두 번의 밤을 지냈다. 낮에는 눈을 뜨고 밤에는 눈만 감았을 뿐이다. 그렇게 4일째를 맞으니, 고통스러웠었다. 잠의 소중함을 이때 깊이 체험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잠을 주심이 맞다. 4일째가 되니, 정신이 흔들린다. 다시 경련과 함께 쓰러지지 않기 위해 깨어있어야 했다. 5일째가 되니, 심리적인 상태가 흔들렸다. 당시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회고하면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성과 영성의 균형 잡힌 신학을 추구할 의도를 가졌다. 그래서 기도 생활에 소홀했었다. 5일째 잠을 못 이루는 상태가 되니, 영적 위기감이 들었다. 방언 기도까지 시작되었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부터 잠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6일째도 동일했다. 누가 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잠을 못 자고 일상이 안 되니, 식욕부진과 함께 몸이 말라가고 있었다. 6일이 지날 즈음에는 주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나 그냥 데려가 주세요"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요" 그냥 정신 줄을 놓고 편히 잠을 자고 싶었다. 그것이 죽음이어도 상관없는 심정이었다. 실제 1994년 2월 나의 아버지는 혈액암 투병하셨다. 항암으로 수면장애가 있어 심히 괴로워하셨다. 그 고통을 이해하는 타임슬립(Time Slip)이었다.
그런 중에 문득 암송하던 갈2:20 말씀과 함께 찬양이 생각이 났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 7일째 되는 날에는 이 말씀을 주문 외우듯이 읊조렸다. 수십 번은 그리하였다. 그리고 7일째 되는 밤을 지나고 새벽녘까지 암송했다. 결국 새벽 5시 경에 진짜 죽기를 각오했다. 더 이상 살 수도 없었고 살 소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 새벽에 나의 정신을 놓아 버렸다. 심지어 다시 응급실에 가는 한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죽었다. 그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긴 시간도 아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30분 정도 잠을 잔 것이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최고의 단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체험이 있은 후, 다음 날부터 거짓말처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누군가는 예민해서 못 잤구나 싶을 것이다. 6일간의 낮과 밤은 내게는 하루였었다. 그 시간은 고난 그 자체였다. 그런 나의 고통은 갈2:20 한 구절로 인하여 구원함을 입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