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 다시 시작 2 – 고창범 목사

at 2022-08-24 12:06:28.0 / 1211 조회수

부끄러웠던 지난 이야기 

  2009년 5월 17일 창립예배와 함께 선한이웃교회가 시작되고 우리 부부의 목회 일정도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2011년 아내의 유방암을 거쳐  2013년 난소암으로 1차 위기 속에 다시 시작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위기는 필자의 인생에서 진지함과 부끄러움이 어우러진 사건이고 시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4년 갑상선 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중간쯤에 아내의 난소암이 재발되는 위기를 맞았다. 2013년 수술 당시 작게 있던 것이 커졌다는 것이다. 수술과 세 번째 항암을 해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4번째 암을 직면했을 때, 그 위기 앞에 필자는 더 이상 목회를 하다간 아내를 먼저 천국에 보낼 것만 같았다. 아내의 인격과 신앙 그리고 사명감으로는 먼저 그만둔다고 말할 사람이 아니니, 결단과 함께 가족회의를 긴급 소집하였다. 가진 소신으론 우리 아이들도 알아야 하고 이해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서 함께 모였다.

  당시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들과 아내 4명이 함께 모였다. 닥친 현실을 차분히 이야기한 후, 목회 사역을 내려놓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가졌다고 말하였다. 이에 가족으로서 각자 의견을 말해보자고 하였다. 아내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첫째 아들은 아버지의 결정을 따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둘째 아들이 말을 한다.

  자기도 상황과 여건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진지한 모습으로 묻는다. “아빠, 목회를 그만두시면 무엇하실 계획이세요?” 차분함 속에 나의 속을 후비는 듯한 질문이었다. 20년 이상을 부르심을 따라 오직 한 사명에 집중하여 배우고 훈련하고 걸어왔던 길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럼에도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기도하며 준비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대답을 하였다.

  그때 아들이 말을 잇는다. 지금도 그 당시 아들의 말을 기억하면 기특함을 넘어 신기할 정도이다. 부끄럽기도 했다. 뭐랄까... 주님께서 뭔가를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둘째 아들의 말이다. “아버지, 우리도 어려운 것 알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만 참고 이겨내시면, 우리들도 금방 커서 집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고 한다. 그 아들의 말에 실패한 아빠는 될지언정 포기한 아빠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 위기를 넘겼다.

  세월이 지나 그 자녀들은 2022년 현재, 큰 아들은 ANZ은행(호주맬본) 전산팀에서 둘째 아들은 의사(NZ) 1년차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에스더의 정신을 따라 수술 후, 항암 치료 대신에 구약과 신약을 통독하며 성경으로 항암을 진행했다. 성경 항암치료가 이루어졌고 지금은 건강한 몸으로 목회를 감당하고 있다. 할렐루야~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가 이르면 영원한 생명을 거둘 것이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갈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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