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죽이는 자객 - 이재현 목사

at 2023-07-29 08:04:36.0 / 398 조회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10:30) 라고 말씀하셨다. 이 엄청나게 도전적인 생명과 죽음의 신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와 유사하게 루이스는 독서 할 때 자아가 죽으면 더 풍성한 생명을 얻게 되리라고 말한다. 독서란 자아를 강하게 하고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독서의 일차적 비밀은 좋은 책 속에 자아를 죽이는 '자객'이 숨어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책을 자기식으로 읽는 사람은 그런 위험이 있는 줄도 모르고 책장을 넘길 것이고, 자객 역시 굳이 그런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지 않는다. - 김진혁, 『순전한 그리스도인』, IVP, 182쪽

C. S. 루이스는 독서란 자아를 죽이는 자객을 만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독서는 자아를 똑똑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자아를 죽이는 데 있다. 자아가 죽으면 더 풍성한 생명을 얻는다. 독서의 목적은 정보를 습득하여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숨어 있는 자객을 만나는 데 있다. 자객의 칼에 찔리면 '사랑', '종교', '별' 같은 강력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위대한 정신을 만날 때 나의 작은 자이는 죽고, 풍성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좋은 독서는 행복한 통증을 유발한다. 인간은 익숙함을 좋아하지만, 또한 더 큰 세계를 갈망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똑똑한 자아를 자랑할 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객을 통해 굳어있는 옛 자아를 죽어고, 다층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다.  

아프리카 사막의 부시맨(Bushman)은 사냥으로 해결되는 배고픔을 '리틀 헝거'(little hunger)라고 말하고, 사냥으로 채울 수 없는 배고픔을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라고 부른다. 인간에게는 빵사냥으로 채울 수 없는 배고픔이 있다. 파스칼은 인간 안에는 하나님만 채울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했다. 그레이트 헝거를 가진 사람은 표가 난다.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그레이트 헝거가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큰 배고픔을 가지고 책을 읽을 때, 자객은 어김없이 다가와 나의 굳은 자아에 칼을 찌른다.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아하' 할 때가 있다. 자객이 휘두른 칼에 찔려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순간이다. 반대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자객은 그 사람을 그냥 지나친다. 그 사람 역시 자객이 지나간 줄도 모른 채 책장을 넘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라디아서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