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날씨는 없다 - 고창범목사

at 2023-11-04 05:45:33.0 / 307 조회수

필자가 사는 뉴질랜드는 지금 봄이다. 어제 금요일(23년 11월 03일) 아침 개인 경건의 시간을 가지고 교회 밖으로 나왔다. 우중충한 날씨 가운데 봄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다. 아내와 함께 차까지 어떻게 갈까 궁리하던 중, 주위를 둘러보니 1-2명 빼고는 모두 그 비를 맞으며 길을 가고 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아래의 글이 생각이 났다.

영국인의 산책 사랑은 유별나다. ~ 전 국토에 국가가 지정한 공공 산책로가 퍼져 있고 지도도 아주 잘 구비 돼 있다. 개인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공공 산책로로 지정된 곳은 일반인의 산책을 위해 개방하고 문을 만들어 드나 들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길의 권리(Right of Way)'라고 불리는 제도는 영국에서 수백 년간 지켜온 법이자 문화다.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고 가축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장치가 되어 있는 산책로 입구의 문은 '키싱 게이트(Kissing Gate)'라고 불린다. '입술을 살짝 대다'라는 의미처럼 설렘으로 이 문을 열고 산책을 시작한다. 알려진 것처럼 영국의 날씨는 우중충하고 비도 자주 온다. 산책길은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이다."라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말처럼 그저 옷을 챙겨 입고 장화를 신으면 된다. - 박진배 공간 미식가, 효형, 20-21쪽

뉴질랜드도 겨울철은 우기철로 우중충한 날씨가 4-5개월 정도 지속된다. 우울감이 몰려와도 이해가 된다. 오래전 한국에 살 때처럼 눈이 오고 강추위는 없지만, 영상 날씨에 느끼는 추위도 만만치 않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봄이 되어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봄비를 보던 우리 부부도 그냥 비를 맞고 차에 오르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 동안을 틈틈이 묵상해 보았다. 지구라는 땅에서 태어난 이상은 모든 인류는 인생이란 길을 걸어가야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인생길이라고 말한다. 이 길은 사람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그 길을 가면서 비가 와서 못 가고 눈이 와서 못 가고 하지 않는다. 시인 월리엄 워즈워스의 말처럼 ”나쁜 날씨는 없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으면 되고 눈이 오면 따뜻한 옷과 털 장화를 신으면 된다.

우리의 인생 가운데 실패한 인생이나 나쁜 인생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나쁜 인생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 길에 걸맞는 옷이나 장갑 혹은 장화를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 주어진 길을 핑계하기 보다 그 길을 걷는 자신을 돌아보는 지혜를 주님께 구해본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약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