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짐과 기억됨 고창범목사

at 2023-11-24 17:43:06.0 / 319 조회수

필자는 20대 후반에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사는 인생의 목적을 바꾸게 되었다. 그렇게 주님께서 기뻐하시고 영광 받으실 일을 고민 끝에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걸어왔던 시간이 이젠 나의 인생에서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50대 중반을 넘었다. 그리고 주위에 가까운 사람을 보니, 크게 변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맞다! 함께 나이 먹고 익어가고 있으니 잘 못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함을 넘어 직시하면서 확실한 예언이 가능해졌다. 일단 가장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도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 다음은 나 자신도 분명히 늙고 병든다는 것이다. 이것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 이런 직면 속에서 10년을 앞서는 인생 선배와 인생의 성숙도가 높은 어른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들은 먼저 천국에 가신 상태이니, 부모님을 대하듯 어르신들을 섬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회자로 사역의 장에 있다가 보니, 은퇴하신 목사와 사모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20-30년 전에는 근처에도 못갈 만큼 쟁쟁하셨고, 그 외모는 멋지고 아름다우셨던 분들이다. 그런 그들이 연식 오래되어 늙어져서 힘이 없고 온갖 병들로 힘들어 하면서 넋두리처럼 흘리는 말들이 문장으로 정리가 되는 듯하다.

자신이 잊혀가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 많이 힘들다고 한다. 이런 문장으로 직접적인 말은 하지 않지만, 종합적으로 들어보면 이 내용이다.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이들이 점점 감소한다. 당연한 현상처럼 관계의 폭도 점차 좁아진다. 자신들이 기여했던 흔적도 남아있고 그 헌신을 통해 이어져 가는 결실들은 그대로 있지만, 자신들은 잊혀가는 것에 괴로운 것인지, 서운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대략 20-30년 후에는 몸소 체험해서 알게 될 것만 같다.

이런 관점에서 돌아보니, 필자도 지난날 온갖 열정과 열심을 가지고 감당했던 사역 속에 지나쳤던 사람들 있다. 그들에게 잊혀진 것만 같은 감정 속에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꼈던 경험들도 생각난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이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이다.

다시 앞에서 말했던 은퇴 목사와 사모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그들이 느끼는 잊혀짐의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면, 그들 스스로에게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지난 삶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적이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지난 역사 속에서 선진들의 행적은 언제나 기억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얼마 전 한 간증자가 인용한 성경 말씀이 유난히도 깊은 인상 속에 뇌리에 남는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6:10) 사도 바울은 이런 고백처럼 그렇게 살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필자의 주위에 존경받은 어른들은 바울처럼 기억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