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게 하신 이유 - 고창범 목사 

at 2024-04-26 15:20:59.0 / 549 조회수

 50대를 접어들어 반 편성이 된지 엊그제 같은데, 뒤돌아보니 중반을 넘어섰다. 젊은 20대초 보았던 아버지의 나이가 된 것이다. 총명함을 자랑하던 눈빛도 시력도 힘을 잃고 침침해졌다. 소화기관도 안 좋아져서 먹는 것도 많이 제한적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들려지는 건강에 대한 주의사항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주위를 살펴보니, 어떤 이는 귀가 안 좋아서 보청기를 의지하고 있다. 어떤 이는 백내장 혹은 녹내장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다. 또 어떤 이는 신장의 기능이 약화 되어 투석을 하며 날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젊은 날에 절대로 늙고 병들어 힘쓰지 못하는 일이 없을 듯했던 우리들이 말이다.

  하나님께 다소 진지한 마음으로 기도도 들여 보았다. 주님의 사역을 좀 더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하려면, 건강한 육신과 원활한 살림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환경을 허락해 주시라고 구했다. 하지만 주어진 응답은 전혀 예상 밖이다. 왜 그런 것일까? 묵상 X 100

  너무도 많은 것을 보고 들으니, 주님의 소리를 집중하라고 귀를 연약하게 하신다. 하도 한눈을 파니, 주님만 바라보고 집중하라고 눈을 살짝 만지신다. 자기 힘을 의지하니, 손이나 발을 연약하게 하신다. 많은 곳에 마음을 두고 동분서주(東奔西走)하니, 한 자리에서 꼼짝하지 말라고 신장 투석을 하게 하신다. 행여 위의 것들이 없어서 교만할까 싶으면, 자녀나 배우자를 연약하게 하신다. 왜 이렇게 하시는 것일까?

  필자도 장과 심장이 연약하다. 음식이 주어졌다고 마구 먹을 수 없다. 식탐을 줄이는 하나님의 처방인 것 같다. 생각의 나래를 많이 펼치는 상상으로 엄한 곳을 향하는 나의 심장 때문에,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쉬지 않는 주님의 심장에 집중하라고 연약하게 하신 것 같다. 신의 한수로 브레이크를 걸어 두신 것만 같다.

  되돌아 곱씹어 묵상해 보니, 주님의 사역을 빙자한 나의 사역이었고 비전이었던 것들이 눈에 밟힌다. 하나님은 한결같이 나와 만나서 교제하고 싶고 힘을 주고 싶으셨는데, 그 만남과 공급은 뒤로 하고 내가 세운 계획과 비전에 집중했다. 나아가 부지런히 구하고 찾고 두드리며,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였다. 누가? 바로 나 & 당신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강함이니라. (고후12:10) 이 말씀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