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맛과 향기 - 고창범
at 2025-04-26 07:04:45.0 / 252 조회수지난 주일은 부활절이었다. 필자가 사는 이곳 뉴질랜드는 부활절을 전후하여 완전 공휴일이다. 금요일은 ‘Good Friday’로서 공휴일이 시작되고 부활주일 후, Easter Monday를 끝으로 휴일이 끝난다. 현재 기독교 인구는 10%도 안되는데,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답게 쉬는 것은 확실하다. 덕분에 월요일에 아무 것도 안하고 집 안에서 종일 이것저것하고 놀았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보던 중 눈에 들어온 제목이 있었다. Heavenly Ever After, 나의 머리에서는 ‘이생 후에 영원한 천국’이 떠 올랐다. 바로 전날 부활절 설교를 했으니 더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기독교는 십자가와 부활 신앙이 그 기초를 이룬다. 구체적으로는 부활 신앙의 기초 위에 천국이 최종적인 소망이다. 기독교 신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활이 없고 천국이 없는 신앙은 헛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국 사람이 김치를, 인도 사람이 카레를, 서양인이 치즈를 잊을 수 없는 것과도 같다. 크리스천에게 천국 소망은 분리할 수 없는 맛과 같은 곳이란 의미이다. 오래 전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무인도에서 탈출한 주인공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고 할 때, 치즈버거라고 했다. 본인 또한 오래전 필리핀 1년 단기 선교 훈련 중에 현지 산속에 1주일 넘게 있다가 내려오니, 된장찌개와 김치가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맛난 것 뒤에 감추어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많은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바로 냄새이다. 그렇게 맛있는 김치가 숙성이 되면, 다소 역겨운 냄새가 난다. 인도인 같은 경우에는 모든 식사에 카레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 사람에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물론 서양 사람들이 치즈를 맛나게 먹음으로 풍기는 노린내가 있듯이 말이다. 조금만 이타적인 생각을 할 줄 안다면, 우리 한국 사람들도 어딘가 된장이나 김치 냄새가 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되짚어 생각하면, 우리들의 현실이 그렇다. 내가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의 것은 싫고 틀렸다고 말한다. 자신의 냄새는 모르고 타인의 냄새는 아는 격이다. 냄새와 맛에는 그 사람의 문화와 정서와 사고가 들어있다고 한다. 즉 누군가의 냄새 혹은 누군가가 좋아하는 맛에는 그 사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다민족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구촌이란 말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곳 뉴질랜드에서 우리는 타민족 혹은 타인이 좋아하는 맛을 존중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맛 뒤에 숨어있는 냄새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천국 맛을 아는 사람이 이생에서 그리스도의 희생적 향기를 내는 것으로 적용해 보고자 한다.
오늘도 필자는 그리스도인의 맛과 향기를 일상과 사역에 녹이는 중이다. 참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