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길 (the Salt Path)

at 2025-05-24 14:04:16.0 / 102 조회수

  필자는 지난 5월 16일 금요일 저녁에 아내와 함께 수술 전 조용한 데이트로 영화 한편을 보았다. 극장은 한 개의 상영관을 가진 작고 오래된 곳이었다. 자연과 잘 어우러진 뉴질랜드에서 로컬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다. 영화 제목은 오늘 짧은 글의 제목인 “소금 길”이다.

  영국 영화로서 한국에서는 극히 드문 곳에서나 상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잔잔하고 온화한 이야기를 주제로 담고 있어 흥행에는 도움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주인공은 아직 실존해 있다. 그 줄거리를 조금 정리(영어로 시청)하면, 아래와 같다.

  레이너와 모스 윈 부부는 아름답지만 험준한 코니쉬, 데본, 도싯 해안선을 따라 630마일의 트레킹을 떠난다. 친구의 사기로 인하여 강제로 집에서 쫓겨난 부부는 급하게 보게된 책을 보고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고자 결정을 하게 된다. 그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연상케 하는 영국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여정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기 위해 걷기로 절박한 결심을 한다. 재정적으로 고갈된 상태에서 텐트와 몇 가지 필수품만 가지고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그 때마다 그들의 힘과 결단력이 커지고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해안가의 소금 길은 짜릿함과 도전, 그리고 해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여정임을 보여준다.(영화 팜플렛 자료 요약)

  특별히 이 영화가 필자의 마음에 와서 감동을 준 이유가 있다. 영화에서 남편인 레이너는 희귀한 퇴행성 뇌 질환인 CBD(7-8년 시한부) 진단을 받고 불편한 몸으로 길을 떠났기 때문이다. 마치 현재 나의 아내가 2015년 2차 난소암 재발 후, 10년 만에 3차 난소암 재발을 확인하고, 4일 후(5월 20일)에 수술을 받게 되는 우리 부부의 길이 연상 되는 것 같았다.

  갑작스런 환난 속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부부가 오늘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아닌가 오버랩 되면서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영화 끝부분에 지나가는 여자가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것들에 절인 듯이(Salted) 살아간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생존을 위한 물질과 관계 속에 의무들 등등에 쩔어서 사는 모습이 연상이 되었다. 부부는 단순한 돌파구를 찾아 떠난 여정에서 어느 순간 노숙자 같이 된 자신들을 보면서, 바닷가 모래 사장에서 지나치듯 만난 여자의 말에 깊은 영감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후에 남편은 절망이 아닌 하늘을 훨훨 나는 새처럼 소망을 가지고 말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새롭게 시작하자! 자기는 글을 써서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소설이 된 것이고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 부부도 그 소금 길을 걷고 있다.

https://youtu.be/AzsMs-O4W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