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스토마
at 2025-06-07 16:06:23.0 / 43 조회수지난 5월은 유난히 유별난 달이었다. 4월에 심사숙고 끝에 어려운 마음으로 ICD 시술을 결정했었다. 그리고 5월 8일 시술 날짜를 받아놓은 상태에서, 아내의 3번째 난소암 재발 진단을 받았다. 지난 15년 동안 5번째의 암 선고인 셈이다. 매번 들려지는 암 선고는 마치 큰 산이 우리 가정 앞을 가로막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다가온 산은 또 다른 암담함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본인의 수술이 5월 8일에 있고 5월 20일에 아내의 수술이 잡혀서 괜찮다고 싶었지만,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아내의 수술은 취소와 함께 연기가 되어 심적으로 어려웠다. 연기된 날짜가 6월 9일이었기에 염려되는 마음이 길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님의 특별한 개입으로 6월 3일로 앞당겨져서 이 글을 쓰는 4일 전에 수술을 잘 마쳤다.
금번에 수술이 암담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배를 열고 암을 제거할 때, 장을 비롯하여 대장까지 전이 되었을 경우 장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곧대장을 제거하고 인공항문을 영구히 몸에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2번의 항암도 방사선 치료도 해 보았지만, 인공항문(stoma)은 우리 부부에게 끔찍한 두려움이었다.
이런 두려움과 암담함 속에서 기도의 중심엔 인공항문 없는 수술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그리고 한국과 미국 등지에 있는 지인들이 기도하였다. 조마조마한 시간들 속에서 6월 3일 수술이 마쳤다. 병원에 있었던 둘째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염려했던 일은 없었고 암 제거 수술도 계획대로 순조롭게 잘 마쳤다고 한다. 그 전화를 받으면서 필자는 울먹이는 감동 속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를 두렵게 했던 인공항문, 즉 스토마(stoma)라는 단어를 직접 찾아보았다.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입, 말, 발언, 입구, 구멍이란 뜻으로 쓰인다. 그러고 보니, 먹고 마시는 입도 중요하지만 뒤로 나가는 출구이자 구멍도 중요한 셈이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스토마가 이렇게 중요한 것인지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stoma)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4:4) 하나님의 스토마를 붙잡고 다시 일어서는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