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이 전하는 신호 - 고창범 목사
at 2025-08-22 20:04:20.0 / 210 조회수필자의 아내는 3번째로 찾아온 난소암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이다. 과거 2번의 항암 치료 과정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에 옆에서 보는 사람도 함께 아픈 것 같다. 항암을 받기 전후에 아내는 극도로 예민해 진다. 특히 받은 다음 몇 일간은 아내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낸다. 몇 번을 거치고 나니, 그것은 함암 후에 감정적인 배설물임을 알게 되었다.
삼분설 입장에서 인간은 영혼육이 있다고 생각한다. 육체적인 배설물을 전문용어로 똥이라고 한다. 아무리 먹는 것이 중요해도 그것만큼이나 배설도 중요하다. 특히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때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급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반드시 배설(배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원리는 육체나 혼이나 영 모두에게 적용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는 감정적인 배설(=정화)을 한 것인 듯싶다.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급한 배설이 필요하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나에게 쏟아부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해를 하고 위로를 삼아 본다. 그렇다고 필자의 감정이 쉽게 처리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한 사람의 환자가 있으면, 그 가족도 아프고 그 주위에 사람도 덩달아 아픔을 겪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안전하게 배설할 수 있는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지난 과거에서 몇 차례에 거쳐서 알았기에 금번에 찾아온 항암 치료가 더 두려웠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두려움이 필자의 마음에 남아서 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배설물을 주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배설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안다고 해도 영과 혼의 배설을 살기 위해 투쟁처럼 하기 때문이다. 금번 아내에게 찾아온 암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너 아파야겠다. 죽을 만큼 고생 좀 해봐라”라고 말이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그 뒤에 메아리치듯 들리는 소리가 있다. “이 암이 고통스럽겠지만, 너를 살려줄 거야”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난 20일간 새벽에 기도하며, 현재 시점에서 주시는 메아리 소리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마지막 안전장치로 고통 혹은 아픔을 주신 것만 같다. 이 신호는 멈추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암을 포함한 모든 병은 몸을 살리려는 마지막 싸움이 아닐까 생각되는 전환점(turning point)이다. 이 신호와 경고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무서운 속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죽음일 듯싶다.
몸과 마음과 영혼의 배설을 한 현재, 다시 찾아온 암은 불청객이 아닌 하나님이 아내를 살리고자 보낸 손님으로 맞이하기로 우리 부부는 합의를 보았다. 100세 시대에서 뒤늦게라도 주님께서 받으실 무엇인가 더 있으신가 보다. 바라기는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각자가 서로 선한 이웃이 되어서 아픈 사람의 치유를 위한 배설을 도우면 어떨까 생각하며 나 자신은 결심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