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급한 기도에 응답하심 1 - 고창범 목사

at 2025-11-15 05:39:23.0 / 41 조회수

얼마 전 동물의 세계를 다룬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어떤 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알을 낳고 부화하고,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며, 둥지를 떠나 날아가기까지의 생애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필자의 마음에 깊이 남은 장면은 부화한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입을 크게 벌리고 어미 새에게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소리조차 없는 화면 속에서 입을 벌린 채 어미에게 기대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미 새는 어떻게 골고루 먹이를 나누어 주는지 새삼 놀랍고 궁금했었다.

이 장면이 눈에 들어왔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17년의 목회 여정 가운데 손꼽히는 기도의 응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한 가지 응답이 있었다. 지난 5월에 필자는 ICD 장치를 심장에 달았고, 6월에는 아내가 세 번째 재발한 난소암으로 인하여 수술을 받았다. 우리 부부에게 도대체 무슨 큰 죄가 있기나 한 걸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내는 지금도 항암 치료 중이며, 감사하게도 이번이 마지막 항암입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그저 주님의 크신 은혜임을 고백한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입을 크게 벌려 간절히 구한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을 한 가지 고백하려 한다. 지난 8월, 중요한 결정의 갈림길에 섰을 때 본인은 하루에 세 시간씩 무작정 교회 예배실에 앉아 기도했었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원망하고, 때로는 졸기도 하며 주님의 십자가 아래 머물렀었다. 사역을 멈추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결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처음 부르셨던 주님은 사역을 멈추라는 감동은 주시지 않으셨다. 참고로, 하나님의 음성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부언하자면, 주님께서 주시는 응답에는 대부분 ‘평안함’을 선물로 주신다.

사역을 내려놓는 결정에 확신이 없어 다시 한번 기드온식 기도를 드렸다. 교회의 대부분 성도가 떠나 사실상 몇 명만 남은 상황에서, 예배를 위한 피아노 반주자를 주님께 보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입을 벌려 구하기 위해, 일반 포털사이트에 ‘자비량 반주 봉사자’를 찾는 공고를 올렸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믿음으로 구한 것이었다.

15일 가까이 아무 소식이 없었다. 당연하다. 8월 말이면, 주님의 결재와 상관없이 충분히 사역을 멈춰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여겼다. 환경도, 여건도, 건강도 그것을 지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극적인 반전으로 ‘1차 꺾기’가 찾아왔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지면상 다음 주에 나눠야 할 듯싶다.

한 가지 먼저 확신 속에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기도는 입을 크게 벌려, 갈급함으로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