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Nylon) 신자 - 고창범 목사

at 2026-01-17 05:31:10.0 / 86 조회수

필자는 40여년 전 학창시절을 보냈다. 1980년대에 질풍노조를 경험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사춘기의 절정에 반항의 상징인 락밴드를 거쳐 해비메탈에 심취되어 통기타는 말할 것도 없고 일렉기타에 몰입했었다. 상남자가 되고 싶은 심정에 일렉이나 통기타의 스트링(기타줄)은 청춘의 혈기를 쏟아붓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으로 정리가 된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던 기타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친구이자 분신처럼 항상 함께 하고 있다. 그 덕에 기타실력은 일반인들보다는 잘하게 되었다. 지금은 목회 현장에서 목사로써 영적인 양식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약 5개월 전부터 재능기부 차원에서 기타 교실을 열어서 늦게나마 기타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모두가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열정은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만큼 대단하다.

이렇게 시작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기타를 만들고 수리하는 것에 관심이 생겼고, 70세가 넘어도 취미 삼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 생각의 끝에 제작은 너무 많은 무리수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평소 가진 손재주로 수리를 선택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10대가 넘는 기타는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아 소리를 내고 있다.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되는 것은 클래식 기타를 수리해서 새로운 나일론 줄로 교체한 일이다. 열심히 줄을 교체하고 튜닝을 하는데 몇 번을 반복해도 튜닝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심지어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지나도 그렇게 중요한 튜닝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교체할 때 기타줄 매듭이 잘못되었나 몇 번을 확인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함께 연주 활동을 하는 클래식 연주자에게 물어보니, 15일은 지나야 튜닝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경험을 가지면서, 오래 전 부교역자 당시 가졌던 한 성도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부임 초기에 그 교우의 신앙 상태나 정도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사역인가를 제안했더니 그분의 대답이 자신은 아직 ‘나일론 신자’라서 아직은 안된다고 말했었다. 어감이나 나일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으니, 신앙이 팽팽했다가 느슨했다가 불안정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개척하고 지난 17년간 그런 나일론 신자들이 주마등처럼 지나 간다.

단독 목회 17년의 성적표 속에 나일론 신자만 남겨 놓은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최근에 나일론 기타줄을 교체하고 깨닫게 된 것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쉽게 튜닝이 되지 않던 기타줄이 일정 시간이 지나니, 나일론의 텐션이 안정이 되고 잔잔하지만 강렬한 강물의 흐름을 표현하는 클래식 음악이 가능하게 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 후에 다시 교회를 거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간 교우들을 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자리를 잡은 나일론으로 성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나일론 기타 줄은 더 주어지는 장력도 감당할 신축성을 가졌음을 말이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 2026년 목회에서도 나일론 신자들을 섬길 것이고, 이들이 아름답게 연주될 수 있는 공동체를 넓고 크게 세우고자 각오를 다진다. 주님과 함께 걸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