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의 신음이 주는 따뜻한 음성-윤정규목사

at 2024-08-06 09:35:43.0 / 212 조회수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이란 시를 읽었습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어미가 알들에게 말했답니다.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먹먹하고 슬프게 표현한 시입니다. 눈을 감고 찬찬히 시를 생각하니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각났습니다.

 

어미 꽃게는 좀 더 맛있는 게살을 먹이겠다고 마지막까지 간장을 붙잡아둡니다.

그분도 살아 있는 생명을 주시려고 마지막까지 사명을 다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알들을 자신의 배 속에 품은 채로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어미 꽃게의 쓰라린 통증이 따뜻한 음성으로 들려집니다.

 

사랑하는 백성들을 예수님의 눈동자에 담은체 ‘괜찮아 이제 이루었다’

마지막 숨을 참으며 탄식의 신음도 따뜻한 음성으로 들려집니다.

 

하나님은 쓰라린 마음을 가지고 오늘 예레미야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 백성이 되겠고 나는 너희들의 하나님이 되리라(렘 30:22)

 

이 말씀이 우리에게 잔잔하게 들려집니다. 그래서 힘든 오늘 하루도 평화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