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에 대안이 되어주는 삶-윤정규목사

at 2024-10-26 05:11:15.0 / 73 조회수

이번 휴가기간동안 제자가 보낸 편지가 제 가슴을 따뜻하게 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목사님도 알다시피 저는 점점 더 시력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금 스웨덴 밤은 한국보다 더 어두워서 밤에는 앞이 보이지 않아 밖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저는 한국에선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아 늘 아무데나 정차하고 출발해버리는 버스들 때문에 버스를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시내버스야 한번 놓쳐도 금방 온다지만, 시외버스를 기다릴 때면 혹여나 놓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기도를 해야만 했습니다

 ‘제발 버스를 잘 탈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요!

그런데 이제 그런 기도는 안해요! 이곳 와서 대중 교통시설을 처음 이용했을 때, ‘복지국가는 이런거구나’ 라는 아주 감동적인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모든 버스가 정확하게 정해진 정류장 그 자리에 정차합니다. 더 이상 버스가 저를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안정감은 저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아직 혼자 길을 나서는 게 아슬아슬한 일이지만, 적어도 한 가지 줄어든 위험요소는 꽤 큰 안정감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 모든 버스의 뒷문은 유모차와 휠체어 출입이 모두 쉽게 가능합니다. 버스 뒷문 위치는 바닥에 그려진 노란색에 늘 정확하게 정차해서 유모차와 휠체어 이용자는 정류장의 정해진 자리에 서 있기만 하면 됩니다. 게다가 버스에는 바로 유모차와 휠체어를 세워 놓을 수 있는 빈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유모차를 잡고 서 있는 부모가 안전할 수 있도록 보호벽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겐 버스가 정해진 자리에 정차하는 것이 큰 의미가 아니겠지만,

“전 지금 행복합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제 질병을 놓고 함께 기도했을 때 솔직히 하나님이 응답을 하실까? 의심도 했는데, 이곳까지 이끄셔서 이렇게 연약함을 채우시는 은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과 우리가 기도했던 그 기도에 응답받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자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나름의 연약함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양과 상대적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는 절대적인 어떤 연약함을 가지고 그것에 의해 각기 다른 모양의 제약을 받으며 살고 있지 않을까요?

완벽하지 않고 어딘가는 부족한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아가면서, 그 부족함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포기해야 하는 삶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부족함에 대안이 되어주는 삶을 모두가 살아간다면, 이 깨어진 세상이 조금은 덜 서로를 찌르지 않을까요?

필자는 이 편지를 받으면서 잊었던 그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행복합니다.